만약에 우리 몸이 RPG 게임에서 처럼 HP나 MP라는 개념이 있고 이를 둥그런 유리 플라스크에 든 물약처럼 표시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병 속의 HP와 MP가 모두 고갈되어 뻘건 경고 화면으로 가득한 그런 기분이다. 법정스님은 비워내라고 하셨지만 나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공황상태에 빠져 더이상 빠져나갈 것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. 사람을 만나면 좀 달라질까 싶어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그러다 술이 날 마시고. 남는 건 다음 날 꺼림칙한 복통과 뱃살뿐이다. 글은 좀처럼 써지지 않고 그저 앱스토어에 재미난 게임이 있는가 찾아본다. 때로는 재미를 위해 게임머니를 구매하면서까지 열정을 토해보지만 길어봤자 한 달에서 두 달. 내가 모바일 게임 사장이면 개발자들을 마구 착취해서 석 달에 한 번 새로운 게임을 만들게 하고, 초반에는 엄청 재미있지만, 게임머니가 없으면 플레이가 힘겹고, 갈수록 지루해지게 만들지도 모르겠다.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신종게임을 선사한다. 이렇게 하면 확실히 돈은 될지도. 물론 성격상 그런 건 불가능하다. 각설하고, 어느 것 하나 그다지 즐거운 일이 없었다. 지인 중 한 명은 삶이라는 게 바이오리듬처럼 이럴 때도 저럴 때도 있는 건데 단지 요즘의 너는 하향곡선에 조금 더 오래 위치하고 있을 뿐이라고 위로해주지만, 과연 그런 걸까? 나는 끝없이 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해로 가라앉고 있는 것은 아닐까? 심지어 그것에 대한 어떤 공포심이나 두려움조차 없이 아 그렇다면 그런 것이로구나 싶을 정도로 삶의 의지를 상실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. 이것도 저것도 다 어둡게만 보인다. 가끔씩 미약한 빛이 비치거나 혹은 강렬한 섬광이 있으나 아주 잠깐.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홀로 앉아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며 넋 놓고 하염없이 울고만 싶다. 나는 왜 이따위 글을 끄적거리는 건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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